여행과 일상의 중간 어디쯤

대학 들어간 이후로 참 많이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살았던 것 같다. 역마살이니 방랑벽이니 이런게 딱히 있다기보다는 - 공부, 일때문에 어쩔수 없이, 아니면 어디 갈 기회가 우연히 와서 나도 모르게 휩쓸려서. 특별히 여행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어쩌다보니 그냥... 이렇게 된것 같다.


그렇게 때로 개고생도 하면서, 내가 입으로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모험정신따윈 그닥 없는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됐고. 같이 여행 갔던 친구랑 하루에 7번씩 싸우고 화해하기 놀이를 2달내내 하면서 나의 그지같은 인성에 대해서도 많이 인정하게 됐고. 삶을 돌아보면, 나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게 됐던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 한번은 연애 할 때, 다른 한번은 여행 할 때. 였다.


그렇게 돌아 다니보니 나름 여행방식도 생겼다. 기본적으로 난, 잠시 놀러 가는 것보다, 실제로 살아보는게 좋다. 집계약하며 더러운 꼴도 보고. 핸드폰도 만들어보고. 동네에 있는 똑같은 슈퍼에서 매일 장도 보고. 후줄근한 술집에서 아저씨들 사이에 낑껴서 맥주도 마셔보고. 그렇게 별 기억에 안 남을 반복적인 일상들이 사실은 제일 즐거웠던것 같다. 그리고 제일 행복했던것 같다.


이제 곧 만 3년을 채우고 4년째를 맞이할 뉴욕에서의 삶도... 실은 나에게 있어서는 그 여행의 연장선이다. 올때야 일때문에 조금은 뜬금없이, 조금은 어쩔 수 없이 왔지만, 막상 오니 열 받게하는 일이 많은대로, 이제는 조금씩 정도 든다. 마음을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도, 적지만 생겼고.


언제까지 여기 있게 될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수첩에도 적어놨다. "뉴욕 떠나기 전에 할일" 목록. 떠날 계획도,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 날이 올때까지 항상 여행한다는 기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익숙해지면 익숙해지는대로. 반복되는 하루가 조금은 지겨워지는대로... 그렇게.

뉴욕은 멀리서 보면 참 좋습니다. (가까이 가면 괴롭습니다.) 제가 밤에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하다 찍은 사진입니다.

[주: 2015년 2월에 뉴욕에 살때 당시 쓴 글입니다. 2022년에 이 사이트를 새로 열며 옛생각이 나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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